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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모(2021),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ㆍ기후 정책 평가".  사회공공연구원 이슈 페이퍼 2021-09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 공약을 강조했다. 집권 후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도 친환경 미래 에너지 발굴·육성 미세먼지 걱정 없는 쾌적한 대기환경 조성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 신기후체제에 대한 견실한 이행체계 구축 등 에너지 전환과 기후 정책 관련 항목이 4가지나 포함됐다. 특히 국정과제의 세부 목표로 제시된 탈원전 로드맵 수립을 통해 단계적으로 원전제로시대로 이행”, “’21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 대비 상당한 수준 감축 실현”, “미세먼지 발생량을 임기 내 30% 감축하고 민감계층 적극 보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20%로 대폭 확대등의 내용은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지는 데 걸릴 시간은 길지 않았다. 정책은 후퇴했고, 에너지 전환이나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집권 4년간 이행된 바는 보잘 것 없었다. 먼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다음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 첫째, 탈원전 정책은 신고리 5·6호기 공사의 재개 및 2080년대까지의 장기적 탈원전으로 후퇴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정치적 책임 전가와 잘못된 문제설정으로 얼룩진 것으로 숙의 민주주의의의 위대한 실험으로 평가할 수 없다. 둘째,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일부가 폐쇄되었고, 2034년까지 총 3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예정이지만 이는 30년 수명이 도래한 것만 대상이기 때문에 신속한 탈석탄 정책이 추진된다고 볼 수 없다. 주로 재벌들에 의해서 추진되는 7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 건설을 계속 허용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발전 부문의 민영화를 용인하였다. 셋째, LNG의 직수입이 급격히 증가해, 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재벌 대기업의 진출이 확대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천연가스에 대한 공적 통제와 관리를 방기하고 사실상 시장개방 확대 및 민영화 정책을 펼쳤다. 넷째,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그 과정을 시장에 맡겨두어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에너지 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력거래제도와 6개의 발전공기업이 나뉘어서 경쟁하는 전력산업 구조에 대한 개혁을 시도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기후정책에 대한 평가도 박할 수밖에 없다. 첫째, 한국형 그린 뉴딜은 기존의 산업정책 몇 가지를 포장한 것에 불과해 유의미한 사회·경제적 전환의 비전을 담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정책 포장을 위한 미사여구 동원이나 그린워싱(녹색분칠)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둘째,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기후악당으로 지목받은 박근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똑같아 마찬가지로 낙제점을 받아야 마땅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시장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수단도 신산업 육성 및 산업계 지원에 치중되어 있다. 셋째, ‘공정전환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산업구조조정의 보조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에너지 전환 및 기후 정책 수립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배제되었다. 전환을 통해 사회적으로 정의롭게 보다 평등한 사회·경제 구조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완전히 상실되었다.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신속하고, 효과적이며,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기후 정책을 평가하자면 낙제점에 가까운 수준이다. 에너지 전환이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인식되고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외의 결과다. 문재인 정부 에너지·기후 정책의 결정적인 한계는 에너지 민영화·자유화 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방향 전환이 없었다는 점에 있다. 시장화된 에너지 산업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부분적이고 미시적인 정책수단을 통해서 에너지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 4년의 에너지·기후 정책 평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무엇보다 에너지 민영화·자유화 정책 기조를 완전히 수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매각 방식의 에너지 산업 민영화는 중단되었다. 그러나 발전 부문의 민간자본 진출, 천연가스 직수입 증가, 전력판매시장 개방 시도 등을 통해서 에너지에 대한 대기업의 영향력은 계속해서 커졌다. 한전과 발전공기업,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경쟁 압력과 수익성 추구 압박은 바뀌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빠르고, 효과적이며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수 없다. 시장화된 에너지 체제는 이윤 논리에 따라 작동하기 때문에 계획적이면서 구조적인 변화를 추진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대안은 민주적인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에 있다.

 

둘째, 민자 석탄발전소 건설과 천연가스 직수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지금 건설되고 있는 석탄발전소가 완공되어 가동되기 시작하면 엄청난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된다. 지금 얼마간의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앞으로 발생할 더 큰 문제와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면 가급적 빠르게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천연가스의 직수입이 확대되면 천연가스에 대한 공공적 관리가 어려워지고 재벌 대기업만이 초과 수익을 거두게 된다. 결국 그 비용은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에너지 전환에 따른 공공적인 부담만 더 커진다. 따라서 천연가스 직수입을 즉각 중단하고, 천연가스 수급에 대한 가스공사의 공공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LNG발전에 대한 공공적 관리를 통해 에너지 전환 과정의 백업전원이가 가교전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발전공기업을 통합하고 민주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발전공기업이 6개로 나뉘어 경쟁하는 구도는 에너지 전환을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못하다. 발전공기업을 통합하여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체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펼치는 게 필요하다. 또한 통합된 발전공기업은 돈과 관료에 의해 지배되는 기업이어서는 안 된다. 공기업의 운영 과정에 대한 시민과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하며, 재생에너지 사업에 적합하게 지역화된 운영구조를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개혁은 발전공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등 모든 에너지 공공부문에 적용되어야 한다. , 에너지 공공부문이 통합적으로 조정되고, 녹색화되고 민주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의로운 전환이 중요하다. 심화되고 있는 기후위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회·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서 사람과 자연을 기꺼이 착취해온 기존의 자본주의 구조를 유지해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새로운 사회·경제 구조로의 전환은 과정이 정의로워야 하며, 그 결과도 정의로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의로운 전환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기존의 사회·경제 구조를 유지한 채, 몇몇 산업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의 피해에 대해서 보상을 해주는 공정전환은 매우 협소한 접근법이다. 산업 구조조정을 보조하는 차원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축소하는 것은 효과적이지도 못하고 바람직하지도 못하다. 포괄적이고도 변혁적인 정의로운 전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적인 공공 소유를 중심으로 한 산업 전환, 필수·돌봄 노동의 가치 제고 및 인력 확충, 튼튼한 사회 복지와 일자리 보장 등이 필요하다. 물론 몇 가지 정책을 잘 조합해서 이 과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할 주체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을 비롯한 제 사회운동의 성장과 세력화가 중요하다.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1. 들어가며 1

 

2. 에너지 전환 정책 평가

1) 탈원전·탈석탄 정책 2

2) 재생에너지·천연가스 정책 6

3) 평가: 시장의존형 전환과 에너지 산업 구조개혁의 부재 9

 

3. 기후 정책 평가

1) 그린뉴딜 정책 17

2) 온실가스감축 및 탄소중립 목표 18

3) 평가: 신자유주의형 녹색성장과 상실된 사회·생태적 전환 21

 

4. 종합 평가 및 개선과제

1) 구조개혁 없는 미시 전환의 실패 26

2) 포괄적·변혁적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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