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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28일, 서울메트로 2호선의 구의역 승강장 9-4에서 승강장안전문 정비를 하던 비정규직 청년이 유명을 달리했다. 보통 ‘구의역 사고’라 말하는 비정규직 청년의 참사가 어떻게 하여 발생했는지를, 조직사고론적 관점에서 이 보고서는 규명하고 있다.

 

[요약]

 

구의역 사고가 발생하기까지는 청년이 오가며 작업했던 많은 공간적, 물리적 환경, 그리고 승강장안전문 정비원들과 연계되어 있던 서울메트로의 작업조직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보고서에서는 구의역 사고와 관련된 제반 조직들의 현황 그리고 각 공간의 물리적 환경, 업무내용 등에 대해 검토하였다. 주요하게는 서울메트로 2호선, 승강장안전문 시스템, 은성PSD(주), 구의역 역무실, 서울메트로 전자팀의 전자운영실 등이 대상이었다. 이어서 구의역 사고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인적 요인(사고 발생 경과 및 주요 관련자들의 행위), 작업장 요인(센서 청소시간 20초, 그리고 속도에 내몰린 작업자들), 조직적 요인(조직적 결정이 구의역 사고에 미친 영향) 등으로 구분하여 검토했다. 이를 종합하여 사고 발생의 복합적인 원인들을 규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공학적 요소가 결여되고, 부실하게 시공된 서울메트로의 승강장안전문을 가장 지배적인 환경적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서울메트로의 승강장안전문은 이번 구의역 사고에서 사고와 관련된 전체 행위자들의 행위 패턴, 작업 관행, 조직 문화를 지배한 물리적 요인이다. 구의역 사고 이전에 발생했던 성수역, 강남역 사고는 모두 작업자가 선로 측의 고정문 위치에서 센서를 닦다가 사고를 당했다. 구의역 사고는 고정문 쪽에서의 사고는 아니었지만 한쪽이 고정문이기 때문에 작업의 편의성을 위해 선로 측에 들어간 상태에서 고정문 쪽 센서를 닦고 바로 몸을 돌려 비상문 쪽의 센서를 닦다가 사고가 발생했다. 고정문은 선로 측 진입이라는 동일한 행위 패턴을 양산하는 단일한 원인이 되었다. 서울메트로 승강장안전문의 고정문은 유진메트로컴이라는 광고업체가 광고수익률을 높이기 강력하게 주장했던 설계요소이다. 이후 자체 발주된 거의 모든 역사에도 같은 형태의 승강장안전문이 설치되었다. 광고수입 보장을 위해 정비 작업자를 고려한 인간공학적 설계만이 아니라 비상시의 탈출구 개념도 무너져 버렸다. 결과적으로 승강장안전문 안쪽에서 작업하던 정비원에게는 열차가 진입하는 위험한 순간에 그 공간에서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비상구마저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한편 서울메트로가 자체 발주하여 완공한 승강장안전문은 무수히 많은 고장과 장애를 일으켰다. 그로 인해 정비원들은 분주히 오가며 위험의 경계선에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었다. 부실한 승강장안전문은 용역업체 정비원뿐만 아니라 역무원들마저도 센서를 닦기 위해 선로 측에 진입하게끔 하는 환경적 요소였다.

 

둘째, 구의역 사고와 연관되어 있는 ‘책임의 사슬’ 정점에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존재한다. 부실한 승강장안전문이 탄생하기까지는 충분한 기술적 검토를 하지도 않았고, 또한 적정가 계약보다는 경제적 효율에 치중하여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메트로에 조직적 책임이 있다. 그와 더불어 공기업의 각종 안전관련 설비의 시공, 개보수, 정비 등에 대해 항상적으로 비용 중심의 심사를 진행했던 서울시, 그리고 공공부문을 자본논리에 따라 관리하려 했던 중앙정부가 ‘책임의 사슬’ 최상층부에 위치하고 있다. 은성PSD라는 유지보수 용역업체의 등장에도 서울메트로-서울시-중앙정부로 이어지는 책임의 사슬이 배경처럼 존재한다. 은성PSD의 탄생으로 이어진 서울메트로의 분사화는 2008년 서울시의 지하철 공사 인력 효율화 방안, 다시 말해 인력 감축 계획에 부응하여 기획되기 시작했다. 위로부터의 신자유주의적 결정 내지 안전에 대한 관료적 결정에 따라 승객 수송에 있어서 중요한 승강장안전문 관리업무가 외주화되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메트로의 ‘갑질’로 인해 인력 부족은 일상적이었고, 장애 통보 후 1시간 이내 미도착시 지연배상금, 동일장애 3회 발생시 배상금 등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계약이 은성PSD에 강제되었다. 그렇게 서울시, 서울메트로, 은성PSD라는 책임의 사슬을 타고 내려오는 온갖 부작용은 현장의 작업자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 그 결과 정비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위험을 늘 짊어진 채 선로 측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책임의 사슬이 이어지는 곳까지 가장 상위의 단계에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인력 부족과 업무 과부하 상태의 ‘은성PSD’를 사고의 직접적인 조직적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은성PSD는 그 태동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 2011년 상반기에 서울메트로는 인력감축의 목적을 위해 직원들에게 분사화라는 미끼를 던져 자발적 전직을 유도했다. 이처럼 전적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임금과 고용을 보장해 주는 조건을 전제해 놓다보니 은성PSD에서 자체 채용한 나머지 직원들은 열악한 근무조건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전체적인 인력 산정도 제대로 된 품셈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2011년 유진메트로컴의 역사당 정비인력이 1.58명 수준이었던 반면, 은성PSD는 역사당 1.2명 이하까지 떨어져 출발부터 97개 역사의 승강장안전문 유지보수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였다. 게다가 민자 역사보다 장애빈도가 훨씬 높은 자체 발주 승강장안전문의 정비를 맡게 되어 설상가상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넷째, 실효성 있는 작업 매뉴얼 생산에 실패한 서울메트로는 안전관리 부실의 원인을 제공했다. 서울메트로의 매뉴얼은 일관성이 없다. 승인도 PSD설비팀에서, 종합관제소, 전자운영실로 직접 전화를 걸어 선로 측 작업에 대한 승인을 받으라고 했다. 어디 도착하면 누구, 누구한테 통보하라는 것도 자주 바뀌었다. 마스터키라는 만들어서 자율적으로 빼내어 쓰면서 작업하라고 했다. 언제는 모든 작업을 2인 1조로만 하라고 했다가, 다시 또 1인 작업이 가능한 게 있고 2인 1조로 해야 하는 게 있는데, 또 그 중에는 조건부로 주간에 가능한 게 있고, 야간에만 해야 하는 게 구분되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인 작업, 2인 1조 작업, 기타 등등의 세부 규정이 또 바뀌었다.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작업 유형에 대한 판단을 정비원 스스로 하라는 것이었다. 

 

다섯째, 안전·기술 교육 도외시한 은성PSD와 형식적으로 외주업체의 안전교육을 관리한 서울메트로는 사고의 간접적 원인이 되었다. 지하철에서 승강장안전문 설비는 신호, 전기, 차량 등 여타의 시스템과 연동되어 작동하게 된다. 따라서 승강장안전문의 유지보수 인력은 승강장안전문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지하철 시스템 전반에 걸쳐 일정 수준 이상의 학습이 되어 있어야만 한다. 이는 승강장안전문 시공사가 운영 매뉴얼에 제시한 정비원의 기본 자격요건이다. 하지만 은성PSD에서는 그와 같은 종합적 교육훈련을 한 번도 실시한 적이 없었다. 창립 당시 업무를 시작했던 전적자들이 일주일 가량의 교육을 받은 것에 불과했고, 이후 신규채용 직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로 인해 서울메트로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정확히 교육받지 못했다. 성수역 사고 당시 변을 당한 은성의 직원은 승강장안전문 기술과 관련해서는 베테랑이었지만, 서울메트로의 열차운행체계에 대해서는 숙지하지 못했다. 결국 성수역에서 나오는 임시열차에 사고를 당했다. 안전교육은 학습의 과정이었다기보다는 대체로 매뉴얼이 담긴 서울메트로의 공문을 훑어보고 사인을 하는 공람의 의미가 강했다. 또한 산업안전에 대한 법정교육시간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여섯째, 속도에 내몰려 ‘정상적 일탈’에 빠져 있던 작업자들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은성PSD 작업자들에게 빠른 장애처리는 최고의 선이었다. 부족한 인력으로 하루 90건 이상 발생하는 장애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결국 은성PSD 내부에는 선로 측 작업이 충분히 수용가능한 정도의 위험이라고 여기는 조직문화가 있었다. 정상적 일탈이 집단 전체에 퍼져있었던 것이다. 정상적 일탈은 서울메트로 역무원들 사이에도 퍼져 있었다. 이들은 선로 측 출입 시에는 반드시 관제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보다 잘 알고 있을 개연성이 높은 집단이다. 그럼에도 다수의 승강장안전문 장애발생, 그로 인한 민원 혹은 장애지점에서의 대기 및 승객안전보호 임무는, 역무원들이 관제 승인 없이 센서를 닦는 관행을 만들었다. 나아가 노조는 서비스센터장에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청소도구를 요구하기도 하고, 센터장들이 만들어서 제공하기도 했다. 엄청난 빈도로 발생하는 장애, 민원, 정시운행 등의 논리에 밀려 몇 개 역사를 관할하는 센터장조차도 암묵적으로 정상적 일탈에 동조했던 것이다. 

 

이상과 같이 구의역 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의역 사고 진상조사단에서는 서울시,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에 다음과 같이 안전시스템 개선을 위한 권고안을 제출하였다. 권고안은 △ “책임추궁에서 원인규명으로” 조직문화 개선, △ 정시운행에서 안전운행으로의 안전문화 개선, △ 작업수칙 및 각종 안전 매뉴얼 재정비, △ 서울시 지하철 노사민정 위원회 구성, △ 유진메트로컴 자본 재구조화 및 유지관리 직영 추진, △ 유지보수 시간 확보를 위한 심야 연장운행 폐지 검토, △ 지하철 무임비용의 정부지원 입법화 노력, △ 안전한 지하철을 위한 양공사 통합 추진, △ 산업안전보건법에 기초한 노동안전 활동의 보장, △ 지하철 안전관련 연구조사 추진 등 총 10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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