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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임금이란 임금노동자가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임금”으로, 보다 구체적으로는 노동자와 그의 부양가족이, 그들이 속한 사회의 경제 발전수준에 부합하여 괜찮은(decent) 수준의 기본 생활방식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임금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는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저임금노동자가 엄청나게 증가했음에도 국가는 이들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단히 소극적이었다. 특히 교섭 배제 영역의 비정규직 노동자, 빈곤임금으로 전락한 최저임금, 최악의 재분배 체계 등 대략 3가지의 구조적 맥락에서 한국은 저임금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실패하였다. 생활임금이 주목받는 연유에는 이러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주요 내용]
 
○ 1990년 중반 미국 볼티모어에서 시작된 생활임금 캠페인은 이후 미 전역으로 확산되었으며, 현재는 영연방 국가들을 비롯해 여타 국가들로 확대되어 가고 있음. 20세기 복지국가가 사회적으로 생산된 가치를 재분배하는 데 실패한 지점에서, 생활임금은 국가의 재분배 이전에 작업장, 즉 노동시장 내에서 사전적으로 분배를 달성하려는 선분배(pre-distribution) 정책의 형태로 파악할 수 있음. 강력한 노동조합과 그에 따른 단체교섭은 개별 작업장 내에서 자연스럽게 선분배적 기능을 해왔으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밀려 점차 노조가 취약해지자, 그러한 분배 기능 역시 약화되었음. 특히 한국에서는 노조를 통한 대표성이 거의 희박한 비정규직 노동자 집단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짐.
 
○ 한국의 공공부문은 IMF 이후 신자유주의적 재구조화 과정을 거치면서 공공서비스의 아웃소싱과 같은 형태로 고용의 사유화(privatization)가 극심해졌음. 선분배 정책으로서의 생활임금은 공공부문에서의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커다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데, 이는 전국적 수준의 최저임금과 달리 지자체 수준에서 생활임금 조례를 통해 얼마든지 대안적 임금체계를 도입할 수 있기 때문임. 나아가 생활임금 캠페인 혹은 조례 제정은 이미 정책적 의미를 상실한 최저임금제도에도 최저임금 수준의 인상과 같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됨. 
 
○ 한국은 유럽복지국가들에 비해 제도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재분배 정책의 실패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음. 문제는 이에 못지않게 노동시장에서의 1차적인 분배, 즉 선분배 자체가 저임금 비정규노동자 집단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음. 그 이유는 이들이 자신을 대표할 조직적 힘인 노동조합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이기에 작업장에서의 임금 교섭을 벌일 수 없다는 데 있음. 이러한 현상은 공공 및 민간작업장에서 공히 유사하게 나타남. 공공작업장에서도 1차적 분배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국가가 민간자본과 마찬가지로 노동비용을 낮춰 생산성을 높이려는 전략적 선택을 통해 비정규노동자들의 임금을 갈취해 온 것이나 다름 없음.
 
○ 노동진영이 저임금 비정규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을 단시간 내에 끌어올릴 수 없고, 다음으로 최저임금제도를 통한 임금 확대가 녹록치 않으며, 마지막으로 세제와 공적이전을 통한 재분배 수준의 획기적 개선이 쉽지 않다는 세 가지 구조적 조건 하에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생활임금 도입은 필수적 과제가 되었음. 
 
○ 생활임금은 국가와 자본이 작업장 수준에서 강탈해 온 비정규노동자들의 임금을 사회적으로 타당한 생계비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의미에서 중대한 의의를 지님. 자본의 힘이 과도하게 커진 현 상황에서 선분배 정책의 기획과 확장은 불가피한데, 생활임금은 국가와 자본 모두에게 책임을 지운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임. 
 
 ○ 임금노동에 기반한 현대자본주의 체제에서, 생활임금 제도는 임금의 실질적 의미를 생존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생계비로서의 임금으로 전화시키는 인식적 의의를 지님.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노동생산물을 통해 이 체제를 구성하고 유지시키고 있는 사회구성원 모두는 이 사회에 고용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노동자이며, 그에 따라 개별 작업장 울타리를 넘어선 사회적 임금으로서의 생활임금을 지급받아야 함. 선분배 정책으로서의 생활임금 개념을 더욱 확장해 나감으로써 사회연대적 임금 혹은 사회적 임금 전략을 정교화해야 함.